11. 팔의론(八醫論)과 심의(心醫)

2022. 7. 8. 11:06역학이야기

 재미있는 음양 이야기​

11. 팔의론(八醫論)과 심의(心醫)

 

▲ 드라마 '허준'은 백성을 긍휼이 여기는 심의(心醫)의 모습을 잘 담아내었다.​

세조실록 9년의 기록을 보면 세조는 평생 질병을 시달려 많은 의원을 겪었는데 그 체험을 바탕으로 의약론(醫藥論)을 지어 의원들의 헌장이 되는 의도(醫道)를 제시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팔의론(八醫論)으로서 의원의 자질을 다음 여덟가지로 나누어 세상에 알렸다.

 

一. 심의(心醫) 二. 식의(食醫) 三. 약의(藥醫) 四. 혼의(昏醫) 五. 광의(狂醫) 六. 망의(妄醫) 七. 사의(作醫) 八. 살의(殺醫) 로 구분지어 놓았는데,

 

심의(心醫)는 환자의 마음을 편안케 하여 병을 낫게 하는 의사이고,

식의(食醫)는 환자가 먹는 음식을 조절하여 병을 낫게 하는 의원이며

약의(藥醫)는 환자에게 약을 잘 써서 병을 낫게 하는 의원이다.

이상 심의, 식의, 약의는 좋은 의사(良醫)에 속한다.

 

팔의에 있어 위 세 부류의 좋은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나쁜 의사인 악의(惡醫)에 해당하니

 

환자가 위급하면 자신도 덩달아 당황하여 허둥대는 의원인 혼의(昏醫)

환자가 과장된 고통을 호소하는데 이를 모르고 약을 쓰는 의원인 광의(狂醫)

환자의 병을 마음대로 보아 자신의 형편대로 약을 쓰는 의원은 망의(妄醫)

없는 병을 가지고 있다하고 약을 쓰는 의원은 사의(詐醫)

그리고 앞서 혼의, 광의, 망의, 사의 의 못된 것만을 고루 갖추어 사람을 죽는 길로 인도하는 의원은 살의(殺醫)이다.

 

마땅히 의사라면 양의(陽醫)의 길을 걸어야 할지인데 그 중에서도 환자로 하여금 눈빛만 보고도 마음의 안정을 느끼도록 만드는 심의(心醫)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 안심과 안신은 병을 치료하는 근본이다.

큰 병세의 처방은 무엇이라 하였는가? 안심(安心)과 안신(安身)이라고 하였다.

먼저 병이 오게 되는 이치는 마음을 먼저 살핀 후에 몸의 병세를 살피는데 병에 대해서 고찰할 때 왜 그 병이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심리적인 면을 먼저 분석한 후에 몸을 살펴 들어간다면 틀림없이 좀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음과 병의 상관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어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환자가 한의사 선생님을 찾아왔었는데 아무리 침치료를 하여도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나머지 그 사람이 혹시 말을 듣기 싫은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환자가 상사와 사이가 좋지 않아 항상 귀를 막고 싶어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환자의 마음상태가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짚어 깨닫게 하고 나니 차츰 들리지 않던 귀가 열리기 시작하더라고 했다.

 

사시를 가진 며느리가 눈이 아파서 한의사 선생님을 찾아왔었는데 이 분 역시 다른 처방에 반응이 없다가 혹시 남을 미워하여 흘겨보거나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더니 고부간의 갈등이 심한데다 시누이가 항상 미운 말을 골라하여 흘겨보는 습관이 있더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항상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병을 치료하였던바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빠질듯이 아픈 고통을 겪고 난 후 눈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식물도 좋은 말을 해주어 마음이 편안하면 잘 자라고 나쁜 말을 하여 불안하면 성장이 더디게 된다. ​

40대 남성들에게 대사성 증후군이 많이 생기는데 우울증과 함께 온다고 한다. 대사성 증후군이란 복부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당뇨 등을 이르는 말인데 결국은 이 병도 기혈의 순환과 관련이 깊은 병이다.

 

심장(心臟)의 심心은 마음 심心인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면 심장이 상하게 된다.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에는 ‘구멍난 가슴에~’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심장에 구멍이 생겼다는 말이다.

 

사랑에 상처받고, 상사에게 상처받고, 사회 속에서 상처를 받고 점차 고립되어지는 자신에 대해서 외로움이나 쓸쓸함, 허무함을 자꾸 느끼다 보니 자꾸 비워진 무엇인가를 메우기 위해 폭식을 하게 되고 술을 찾게 되고 담배를 찾게 되고 여자를 찾게 된다.

 

위축된 마음이 심장도 위축시키고 관계된 혈관도 위축시키게 되고 사회의 초기에 나와서 잘 살아보겠다는 포부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이나 희망이 없으니 점차 마음의 탄력성을 잃게 되어 심장도 탄력성을 잃고 혈관도 탄력성을 잃게 된다.

 

이 모든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부족, 혈관이 위축되어지고 탄력성을 잃게 되니 종국에는 대사성 질환으로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당뇨 등의 질병과 우울증이 함께 찾아오게 된다.

 

뛰어난 의사는 사람의 마음과 몸을 함께 볼 줄 아는 것이니 먼저 환자의 병이 오게된 마음을 먼저 이해시키고 주지시키며 이를 확인한 후 몸에 온 질병을 사람의 체질에 맞게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개선시켜 나갈 것이다.

 

이처럼 마음과 몸의 질병은 둘이 아니다. 마음과 몸 또한 음양으로 구분지어 본다면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음(陰)이요, 몸은 눈에 보이니 양(陽)으로 볼 수 있다. 음(陰)과 양(陽)은 항상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 있는지라, 음이 부족해지면 양도 부족해지고 양이 부족해지면 음도 부족해진다. 마음이 병이 들면 몸에 따라 병이 들고 몸에 병이 들면 함께 마음에도 병이 들게 된다.

 

마음에 병이 오면 몸에 갖가지 질병이 생기게 되는 원리이니 먼저 질병이 오게 된 마음에 원인된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병의 진단 중 가장 먼저 하여야 할 일이다.